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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영화

라푼젤 - 디즈니의 부활 기미

디즈니의 3D 애니메이션은 픽사의 그것과 비교하면 내용이 빈약하고, 재밌지도 않고 감동도 없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습니다.

2D의 황혼기에 호응을 이끌어 낼 만한 작품은 나오지 않았고, 동시에 픽사나 드림웍스가 3D로 무장하고 나오기 시작했지요. 그래서 디즈니가 3D를 선택하고 잘 나갔느냐....? 예전에 나온 디즈니 3D 애니메이션 기억나는 거 있나요? 전 볼트 밖에 없어요. 


사실 디즈니의 부활 기미는 '공주와 개구리' 부터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2D로 승부수를 본 작품이었는데, 2D 애니메이션은 엄청 오랜만이었고 디즈니가 아직 살아있다는 걸 보여줬죠. 흥행에도 비교적 성공한 편입니다. 픽사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져도, 디즈니의 다음 작품은 별로 기다려지지 않았지만 이 때부터 분위기가 좀 달라졌습니다.


그리고 라푼젤이 나왔죠.

라푼젤은 그 그래픽부터 특기할 만 한데, 일단 질감이나 분위기가 픽사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라는 겁니다. 질감면에서는 좀 더 부드러운 느낌이 나요. 픽사의 질감과 비교하면 부드러운 천을 위에다 덧씌운 느낌이 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라푼젤 쪽의 그래픽이 더 마음에 들더군요. 이건 뭐 취향 차이지만.

 

라푼젤은 몇년 동안 탑에서 엄마 고델과 함께 살아왔습니다. 라푼젤에겐 영원한 젊음을 주는 머리카락이 있고, 고델은 그 힘을 이용해서 몇십년 동안 젊은 모습으로 살아왔죠. 자라면서 바깥 세상을 향한 궁금증을 키워가고 있던 중 현상 수배범 플린 라이더와 만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스토리는 디즈니가 쓰는 방식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주체적인 여주인공, 그리고 조금 현실의 쓴 맛이 가미된 왕자(여야 할?)캐릭터, 중간 중간 나오는 노래, 악녀..... 스토리의 혁신성이나 재미를 따지자면 딱 디즈니만큼만 했다는 느낌이 들어요. 드림웍스와 픽사가 판치는 와중에 디즈니가 제법 존재감을 보여준다는 의미만으로 충분한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혁신은 픽사에서 다 할테니 디즈니에서 애써 노력해서 얻을 필요는 없지만, 한 때 혁신하면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좀 안타깝습니다. 저 같이 디즈니하면 사족을 못 쓰는 팬 한테는 더 아쉽네요.

 

그래도 보면서 즐겁게 봤습니다. 특히 등불 올리는 장면은 정말 아이맥스로 봐서 좋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북미에서도 2억 6천만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제작비 덕분에 흥행 여부를 놓고 설왕설래했지만 전세계에서 5억 9천만 달러라는 준수한 성적을 보여줘, 아직 디즈니의 힘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줬지요. 이 작품의 흥행 덕분에 (제가 그렇게도 보고 싶어 했던)눈의 여왕 극장판도 내년에 개봉될 예정입니다.

 

P.S 주변에 꾀여도 같이 가 줄 사람이 없어서 가족 관람객들과 뒤섞여 혼자 스크린에 몰두했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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