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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UK Drama

My Mad Fat Diary - 힐링드라마란 이런 것!


 올해 1월 혜성처럼 등장한 시리즈물이 있었습니다. 미드 열풍이야 그러려니 했지만, 한 영국의 시리즈물이 저의 뇌를 강타했습니다. 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My Mad Fat Diary (줄여서 매드팻)가 바로 그 작품입니다. 사실 이 드라마를 방영하는 채널 영국 방송 채널 E4는 젊은 층을 겨냥해 10대들을 중심으로 한 시리즈들을 골고루 만들어냈고, 다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특히 스킨스-미스핏츠-인비트위너스로 이어지는 일련의 작품들은 10대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하는 부분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물론 스킨스는 좋은 평가만 받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번에 시작한 매드팻의 경우도 E4의 그런 흐름을 그대로 따르는 드라마인데요. 다만 그 동안의 작품과 다른 점이 있다면 주인공인 정신병원에서 막 퇴원한 과체중 소녀라는 점입니다. 주인공 레이는 자해를 하고 4개월동안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가 바로 나온 소녀입니다. 퇴원을 막 하고 나오는 날, 레이는 자신의 절친인 클로이와 그 무리를 만나게 되고, 그 무리와 어울리게 되지요. 그러면서 변해가게 됩니다.


 약간 묵직하고 진지한 뒷설정, 10대들의 정신 건강을 다루는 작품입니다. 레이는 자존감이 낮은데다, 정신병원 신세까지 진 캐릭터로 나오지만, 이야기는 유쾌합니다. 레이 캐릭터는 본 바탕이 아주 유쾌한 캐릭터거든요. 잘생긴 남자들을 좋아하고, 위트있고, 똑똑한 캐릭터이기도 해요. 덕분에 암울하게 흐를지도 모르는 이야기가 적당히 중심을 잡고 갈 수 있게 만듭니다. (전 레이 캐릭터가 미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현실적인 외모긴 하지만 충분히 예쁘다구요!)


비슷한 작품으로 어쿼드Awkward, 스킨스Skins가 있습니다. 어쿼드는 쩌리 여학생이 학교 최대 킹카들과 삼각관계로 엮인다는 건데요. 사실 이 작품은 설정이 그럴뿐 실제로는 주인공 제나는 굉장히 예쁘게 생긴 캐릭터에, 남성판 너드 판타지를 여성버전으로 바꿔놓은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스킨스의 경우 위태롭고 불안한 10대들을 포착해 그려내는 대신 이야기는 선정적이고 암울했죠.


 매드팻은 두 작품의 딱 중간에서 자기만의 길을 가는 드라마입니다. 작품은 밝은 분위기를 유지하며 급격하게 진지해지지도 않습니다. 그렇다고 레이의 이야기를 허투루 넘기는 편도 아니고요. 레이 주변의 일들이 좀 드라마스럽긴 하지만, 레이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아주 현실적인 편입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작품 톤이 전형적인 틴드라마처럼 밝기 때문에 다소 진지한 주제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청자들을 매혹시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현실적인 외모의 여성 캐릭터(드라마의 캐릭터는 늘 평범하다고 주장하는 "예쁜" 캐릭터들이 나오지만, 이 드라마는 거기서 벗어나 있는 채로 정도를 가고 있죠)와 비현실적인 외모의 남성 캐릭터가 꾸려내는 판타지가 가미된 로맨스도 작품을 잘 만들어진 로맨틱 코미디 물로도 만들어 줍니다.


 이야기는 레이가 상담을 통해 성장해나가는 이야기, 레이 주변의 이야기, 러브라인. 이렇게 세 부분으로 이뤄져있다고 보면 되는데요. 영드의 장점인 비교적 짧은 분량이 주 플롯의 비중을 적당히 잘 분배하는데 딱입니다. 어느 하나 치우치는 부분이 없이 적당하게 이야기 속에 녹아들어가 있어요. 거기에 90년대 배경을 따라 절묘하게 떨어지는 당시의 인기곡들 (Blur, Bjork, Oasis, Stone Roses, Deepeche Mode.... 등등!)과 특유의 아름다운 영상미까지 이야기와 어울리게 구성되어 있어 너무나 좋습니다. 특히 오아시스의 경우 작품 내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될 정도예요. 보시면 압니다 :)


 사실 저는 어쿼드보다 매드팻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미드의 방식상 이야기가 늘어질 수 밖에 없고, 스토리는 너저분해지기 마련이거든요. 시즌 1에서 진지한 고민을 안고 시작했던 어쿼드는 시즌 2에서 어장관리나 하는 로맨틱 코미디만이 남았습니다. 오히려 6편이나 8편 밖에 안 되는.. 짧으면 너무 짧고, 길면 길다고 생각되는 영드의 구성이 오히려 이런 작품에 더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덧1 시즌 2가 결정되었습니다. 내년 1월 방영예정이에요. 8편 정도로 방영했으면 하지만, 6편으로 시즌 2 확정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스킨스가 긴 거였군요...스킨스도 짧다 짧다 하면서 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