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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길의 아폴론 - 음악과 함께하는 청춘

 

 최근에 본 애니메이션 중에서 만족스럽게 본 작품을 꼽으라면  언덕길의 아폴론을 단연코 손에 뽑을 것이다. 애니메이션은 극장판 몇 개나, 짱구 정도를 제외하면 별로 즐겨보는 건 아니지만 이미 애니메이션 흐름이 바뀌고 있는 와중에 이젠 이런 작품을 고르기도 쉽지 않다. 노이타미나 시간대의 몇몇 작품들을 제외하면 정말 정말 찾기 어려운 지경까지 왔다.

 

1960년대의 일본, 니시미 카오루는 학교를 여기저기 옮겨 다니다 큐수로 전학오게 된 전학생. 전형적인 수재타입의 그는 잦은 전학으로 친구를 만드는 것이 서툴고 어렵다. 그러던 중 자신을 안내해주던 무카에 리츠코에게 반하게 되고, 덩달아 그녀의 소꿉친구이자 불량학생 카와부치 센타로와 재즈로 엮이게 된다는 줄거리.

 

성장물의 궤를 그대로 따르는 이 애니메이션을 다르게 만들어주는 요소는 바로 음악이다. 원작 만화를 보면서 가장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이들이 몰입하고 성장하게 만드는 음악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애니메이션으로 옮겨오면서 그 점이 큰 빛을 발한다. 극을 관통하는 우정, 성장이라는 주제와 더불어 재즈가 이 애니메이션을 빛나게 하는 큰 요소들. 극적 재미나 볼 거리가 풍부하다고 할 수 없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여성작가의 원작 영향인지 미려한 그림체는 아닐지언정, 심리묘사면에서는 꽤나 세밀한 편이다. 깨지기 쉬운 10대 때의 아슬아슬한 감정이나 관계를 여성작가 특유의 감성적인 느낌으로 묘사하고 있다. 세 사람의 관계나 우정, 주변인들의 삶등을 묘사하고, 극중 일본문화가 대놓고 등장하는 장면도 없기 때문에 일본 애니메이션의 이런 점들을 좀 꺼려하는 사람에게도 어필할 수 있을 것 같다. 순정만화로 분류되는 작품이지만, 크게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

 

사족이지만 어쩔 수 없이 얘기해야 되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그건 주인공 니시미와 카와부치의 관계 묘사. 원작을 보지 않은 저는 원작에서는 어떨지 잘 모르곘지만, 애니메이션판은 이 둘의 묘사가 소위 BL로 오해할 수 있게 보일 수 있는 연출들로 표현되는 일이 잦다. 무카에와의 묘사보다 둘의 묘사가 오히려 더 공들여 묘사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 타겟 시청자를 고려한 부문일 수도 있겠다만 덕분에 이 만화를 BL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뭐 그게 나쁜 건 아니라지만..